장례식장에 곡이 없더라...

2012. 3. 26. 15:27낙서장/이야기

곡이 없다고 하니 좀 이상하긴 하다.
장송곡이 아니고 통곡이 없더라는 이야기이다.

어제아침 운동하고 오다가 부고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투병중인 동료한분이 별세했다는 소식이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는것은 알았지만 몇일전 통화까지 했던터라 더 충격을 받았다. 인명은 재천이라 사람이 죽고 사는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하지만 죽고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똥위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고 하지않던가. 그 죽음앞에 우리 인간들은 인생무상을 느끼고 자기를 돌아보고 중얼거린다. "아웅다웅 서로 싸우지말자.이렇게 가면 그만인데 욕심부려 무엇하냐고..." 하지만 우리는 망각의 동물이라 금방 잊어버리고 언제 그랬냐는듯 아웅다웅 일상으로 돌아간다.

병이란 여러 원인들에서 발병한다.
유전의 병, 마음의 병, 육체의 병 중에 유전의 병은 어쩔수 없지만 마음의 병과 육체의 병은 노력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한다. 마음의 병 즉 스트레스가 몸속의 병으로 옮아간다. 지친생활 핑게로 건강관리를 등한시하고 당장 죽을병 아니라며 애써 넘겨버리고 년초마다 시작하는 금연을 열흘 행사로 끝내고 귀찮다고 걷는운동까지 포기하다가  키운 병의 위중을 깨달았을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돌아가신분이 한 이태전에 위암수술을 받았고, 작년에 갑자기 맹장수술을 받았으며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술 담배를 계속하여 두어달전 복수가 차서 세브란스에서  입퇴원을 반복 하시다가 세상을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의학의 발달로 웬만한 병은 다 고친다고 착가하고 있는 모양이다. 고쳐주는것이 아니라 본인이 건강관리를 하고 조기 발견을 해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 같이 의료정보홍수인 시대에 결핵으로 죽는환자가 많다고 한다. 몇일간 지속되는 기침에도 감기인줄 알고 감기약만 먹다가 결핵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우리 어릴때는 폐병이라고 하면 죽는병이고 몹쓸병이라 격리 해야하는 공포의 병이었는데도 그 잊혀가던 폐병으로 죽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 흔히들 평소에 골골하고 곧 쓰러질 것 같은 사람들이 건강하진 않지만 더 오래산다는 이야기를 종종듣는다. 누구나 할것없이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한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가신분이 올해가 환갑 이었다니 얼마나 안타까운가...큰 딸은 결혼시켰고 아들은 아직 미혼 이던데 제대로 눈이나 감았을까...내가 만일 그랬다면 어땠을까..그 심정 오죽했을까 싶다. 살아있는 가족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수 없이 슬플것이고 무슨 말로도 위로가 안될것이다. 한가정의 가장이 차지했던 태산같은 버팀목이 빠져버려 의지 할 곳이 없어지고 텅빈 허전함이야 날이 갈수록 사무칠 것이다. 이렇게 안타까운 저승길인데도 요즈음 장례식장엔 곡이 없다. 이곳뿐만 아니고 다녀본 장례식마다 간소해진 상복과 두건,행전,완장같은 간단한 것도 찾아 볼 수 없고 우는 사람이 없다.

감정이 메말라서 일까 너무 슬퍼서 눈물이 안 나오는 것일까. 우리의 기억으로 예전의 상가집엔 시집간딸이 신발신은채로 마루로 내달으며 아버지 외치며 통곡하는 그런 장면은 이제 영영 볼 수 없는 모양이다. 요즈음은 제사도 모형과일로 지내고 신년휴가때 해외에서 지내는 차례상은 복사지에 그려서 지난다니 그리 이상 할것도 없건만 그래도 가신분의 넔을 위로하여 온 조문객들의 조문때라도 어이어이 하는 슬픈 곡소리가 잔잔히 들리는 장례식이 글자그대로 가시는분한테 예를 차리는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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