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근로일지

2009. 2. 18. 18:56낙서장/이야기

내일 비 올지도 모르니까 맡은구역 청소상태를 철저히 점검하라는 지시를 받고 각자 구역으로 출발 하였다.
무악재를 넘어 오늘은 현저2 공원을 먼저 둘러보기로 하였다.
총신건물 옆으로 들어가 좁은 통로 길로 올라가니 공원이 보였다.
매번 올때마다 다른길로  올라가고 내려오곤 한다.
우측 정자쪽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우측 정자 밑에있는 식음대..
물이 졸졸 흐르는지 점검하라는 지시를 받은바 있어 보니 잘 잠궈져 있다.
동파방지로 당연히 잠궈놓았겠지...

정자앞 대리석 의자에는 모두 김소월의 산유화가 새겨져 있다.
학창시절 배웠던 국어책의 시 문구라 자연스레 읊어진다.
아마 가요인지 가곡인지도 있을걸...생각이 아물아물...

돌아서 오는길에 멀리 남산 송신탑이 보인다.

한성과학교 쪽 내려오는 입구 오른쪽에 수도 계량기가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별 이상은 없는 듯 하다.

현저공원을 나와서 독립문 어린이 공원으로 왔다.
노인정 어르신들이 청소는 깨끗히 하셨다.

화장실 옆으로 돌아가니...노숙씨들이 불을 피우고 있다.
아예 쓰레기 봉지를 통째로 갖다놓고 불쏘시개로 불을 피우고 있다.
부루스타는 후라이판에 밥을 볶고 있고....
조그만 화덕불엔 고기를 구울려고 하고 있다.
왼쪽은 박스로 불을피워 손을 쬐고있다.

사진을 찍으니 찍지말라고 손사레를 친다.
불을 끄래도 들은척 만척 딴청이고 서로 고함치며 서로 끄란다..
이런...

바로앞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순찰차가 와서야 불을끈다.
노숙자 한 사람이 와서 이해 해 달란다.
다들 착한사람이고 순하며 날라다니는 쓰레기를 청소 차원에서 태우고 있단다.
화가 났지만 꾹 참았다.
누구는 노숙생활하면서 저리도 편한생활하는데....
희망이 보이지않는 내생활과 저이들 생활과는 종이한장 차일진대, 참 가슴이 답답했다.
불현듯 나도 저렇게 막 살고싶은 충동도 느낀다.


삼복도로로 접어 들었다.
여기도 내 구역이다.
쭈욱 둘러보면서 안산으로 올라갔다.

안산 팔각정 옆에 서 있는 공원안내판이다.
한번 찍고 싶었지만 늘 앞에 소방방재차가 서 있는바람에 오늘은 찍을 수 있었다.

오후에 작업나간 공원인데 내 구역이 아니어서 이름이 격나지 않는다.
고임목을 운반하고,
정자에 쌓아놓은 물건들을 치우고,
공원안 잔디밭에 누군가 농작물을 심으려고 땅을 일구워 놓았다.

노인정 노인회장께 말씀드리고 치워 달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노인회장 할아버지는 육두문자는 기본이고 소귀에 경 읽기다..
부이사관으로 퇴직을 했다는둥..구청장 감사관 들먹이고 도저히 상종이 안된다.
감독관이 어쩔줄 몰라해도 우리는 그냥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우리같은 일용인부가 무슨말을 하리..
할 수 없이 우리가 다 들어서 치웠다.(들고 나오니까 열쇠로 창고 문을 따고 거기 놓으란다...)
나도 나이를 먹어 저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Doris Day - Que Sera, S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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