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탕

2012. 3. 21. 12:13낙서장/이야기

어제그젠가...
월요일 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마눌이 번데기탕을 만들어 주었다. 깡통에 들은 통조림 번데기가 아니고 어디에서 사왔다고 강조한다. 통조림이 아니니 맛도 틀릴것 이라고 하였다. 풋고추와 마늘 썰어넣고 바글바글 끓여서 먹는맛이 그런데로 맛이 좋았지만 예전에 간잽이 집에서 조그만 불루스타위에 사진보다 작은 뚝배기를 올려놓고 깡통 번데기를 까서넣고 마늘과 풋고추 쓩쓩쓩 썰어넣어 고추가루 듬뿍넣어 끓여서 술안주 하던 그 맛은 아니다.

그때가 아마 간잽이가 중계동인가 상계동에 살던 때가  아닌가 싶다. 그 이후로 몇번 끓여 먹었지만 그 때의 그맛은 나지않았다. 우리의 입맛이 그렇다. 아무리 음식점의 맛난음식도 싸가지고 와서 집에서 먹으면 그 맛이 아니듯 사람의 입맛이란 참 간사한 구석이 있다. 먹을때의 분위기와 주위 환경이 맛에도 영향을 분명히 주는 모양이다. 친구들이 둘러앉아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술을 기울이고 말국이 떨어지면 무한리필하고 물부어 싱거우면 간잽이가 소금으로 간하고 옆에 썰어놓은 마늘과 청양고추 한웅큼넣고 또 바글바글 끓여서 먹던 그맛은 이제 두번다시 느낄수 없을 것이다.

조리의 비법이 있는것도 아니고 재료가 좋아서도 아닐진데 왜 그맛이 안날까?
아마 그때가 그렇게 그리운것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들이 지금도 입은 그 맛을 기억하고 있는데 먹어보면 아니었다. 사우디근무시절 휴가때 들어와서 해 주시는 음식들을 먹어보면 그 때의 그맛이 아니었다.
분명 재료도 그 옛날보다 좋아졌고 어머니손맛 그대로인데도 그 맛이 아닌것은 참 간사한 입맛 때문일 것이다. 못살던 그 당시야 무엇인들 맛이 없었겠는가...망할놈의 기억력이 그 맛만 기억하고 있는것이다.

우리 신천동 어린시절 카바이트 불켜놓은 리어카에서 돌가루포대(시멘트포대)로 접은 종이에 고디 사먹고 번데기 사먹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 번데기는 유일한 담백질 섭취가 아니었나 싶다.
고등학교 다닐때는 술도 마셔서 겨울밤 포장마차 리어카에서 홍합국물에 추위풀었고 정신없이 까먹던 홍합이 빈껍데기라도 나올라치면 주인한테 보여주고 더 달라고하면 빈껍대기까지 포함해서 파는것이라고 아웅다웅했던 기억도 난다.
월욜밤 술한잔 들어가니 이기억 저추억에 소주한병을 다 비웠고...그 날 밤은 참 맛있게 잘잤다. 


[Nancy Sinatra -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