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5. 23:01ㆍ낙서장/우리들
자형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 장가 보내느라 장인 장모님께 인사도 드릴겸 겸사겸사 같이 가기로 하였지만, 조카 직장생활의 시간이 맞이않아 8월14일에 다녀 온단다.
조상님들의 벌초는 음력 7월15일 (백중)에서 추석무렵 전까지 정해진 날은 없으나 풀을베고 풀이 더 자라지 않는 시기에 하는 것으로 알고있지만, 현대생활에서 옛풍습과 예절을 다 지키고 살지 못하는것이 안타깝고 아쉽다. 어쩌랴 관습과 예절도 형편에 따라 변해가는것을...이런저런 핑계로 시류에 편승하는 것처럼 살고있다.
예초기 사용한지가 한 5-6년 되어 작동 될 지 걱정 되었으나 휘발유 사다가 엔지오일 섞어서 붓고 시동을 걸어도 걸리지 않는다.
플러그도 빼어 닦아서 새로 끼고, 초크도 올렸다 내리고, 시동스위치 다시 올렸다 내리고 기름 올라가는 펌프를 수동으로 눌러서 넣고 시동줄을 당기기를 여러번 하니 한참만에 시동이 걸렸다.
참 좋은 기계다. 웬만한 기계같으면 수리소에 가야 할텐데 이렇게 시동이 걸리니 말이다.
미쓰비시 엔진에 엘지에서 조립해서 판매한 예초기다. 손톱과 낫, 아카시아 말려죽이는 농약도 챙겨 넣었다.
13일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당산동에서 만나 인천마부차에 예초기와 낫 갈퀴등을 싣고 6시 30분에 출발 하였다. 휴게소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경남 함양 서상에 도착하니 10시 가까이 되었다.
다행히 햇볕도 따갑지 않았고 흐렸지만 비도 오지않아 벌초 하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우륵산 기슭에 자리잡은 조부모님 묘를 먼저하고, 부락 뒷동산 너머 빼골에 있는 부모님 묘 벌초를 하였다.(물론 선대 조상님들은 영각에 있는 선산에 모셔져 있다. 조부모님 묘는 문중으로부터 선산으로 이장 제의도 받았지만 애초 여기에 묻히신 연유가 있을것같아 동생과 상의하여 다음기회로 미루었다.)
그간 매년 다니다가 요 몇년 개인사정으로 찾아보지를 못했다.
부락 형님이 시골에 있는 밭떼기를 부치면서 벌초 하기로 하였는데 몸이 불편하셔서 그 일도 못하신다고 하고 작년에는 동생이 갔다오고해서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바다.
나름 벌초하기 좋은날씨라고 날자 선택을 잘한 느낌이 들었다.
갈퀴로 예초기가 지나간 잔풀을 긁어서 모으고 있다.
붕상 먼저하고 주위를 돌아가면서 풀을 깎는다.
동생은 풀을 뽑다가 긁어내고...인천마부는 예초기 돌리고..나는 이렇게 사진만 찍는다. 깜빡하고 카메라의 메모리카드를 빼놓아 핸드폰으로 찍었더니 화질이 좋지않다. 그래도 처음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수 있다는 것이 그져 감사할 뿐이다.
안전화까지 신고 양말로 추리닝 집어넣은 폼이 일꾼은 일꾼일쎄~
꼼꼼하게 붕상주위의 잡초는 손으로 다 뽑았다. 옆에 살면서 틈틈히 들여다보고 정성을 들였으면 이렇진 않을 텐데 조상님들 뵙기가 송구스럽다.
열심히 돌린덕에 서서히 부모님 묘도 다 되어간다.
저멀리 보이는 산이 우륵산이다. 예초기를 들고 혼자 하다시피한 일꾼~!! 폼은 엉성하지만 매일 운동으로 단련하고 마라톤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인가보다.
오른쪽 저멀리 보이는 가로수길이 39번 국도이고 앞에 보이는 작은숲이 동네뒤 뒷동산..그리고 이곳이 빼골 날망이다. 요즈음은 농로도 다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고, 부모님 산소앞 저앞 차 보이는곳까지 포장이 되어있어 예전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그 많던 경운기도 잘 보이지않고 웬만하면 봉고차가 농로로 다니면서 밭농사를 하고 있었다.
양지바르고 멀리 우륵산을 바라보고 계시는 부모님 묘는 그래도 잔디상태가 좋아 보였다.
풀을 깎고보니 훤해진것 같다.
벌초 끝내고 수원마부와 형님이랑 서하 가기전 꽃부리에서 피라미를 잡고 있다. 물이 많아 만만치 않았지만 수원마부는 그래도 제법 투망질을 한다.
이렇게 올라오면 한 열번만 더 던지면 되겠다.ㅎㅎ
부지런히 잡은 물고기를 가지고와서 손질하고 튀김가루에 묻혀 기름에 튀기고 있다.
튀김가루에 매운고추를 갈아서 넣어 튀겨서 그런지 바삭하고 맛이 깔끔하였다.
이렇게 튀겨 소주 큰병을 두병반이나 비우고....
밖에서는 돼지 목살을 사가지고 구워서 또 술...
모처럼의 만남이라 술도 취하지 않는다. 안주좋고 거기에다 추어탕도 있었으니 어찌 술이 취하겠는가..내일아침 일찍 설악산으로 출발하는 것도 잊고 그냥 마셔댔다.(이튿날 설악산 친구모임에서는 하루종일 속이아파 혼났다. 호박씨가 사다준 약먹고 저녁거름에 겨우 눈이 반짝였다.)
시골 고모님댁 뒷 마당에 피어있는 가우라 린드헤이메리와 백일홍 2010/07/08 - [낙서장/이야기] - 안산의 황구렁이가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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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한 인천마부와 동생 덕분에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어 한결 발걸음이 가벼웠고, 또 설악산으로 오라는 친구들의 열화와같은 우정에 행복했고 시골에계신 어른들과 형제들을 만날수 있어 더욱 뜻깊은 금년 벌초였다.
T.S Nam-devoted to you(당신께 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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